옛집의 마당이나 뒤뜰에는 크고 작은 항아리를 가지런히 놓아둔 장독대가 있었습니다. 항아리 안에는 된장과 간장, 고추장처럼 식사 준비에 필요한 장류를 담아두었고, 집안에서 먹을 음식의 일부를 보관하기도 했습니다.
장독대는 단순히 항아리를 모아놓는 장소가 아니었습니다. 햇볕이 드는 방향과 물이 빠지는 상태를 고려해 자리를 정했고, 음식을 만들 때 쉽게 오갈 수 있는 위치에 마련하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장독대는 집의 어느 곳에 있었을까
전통 가옥의 장독대는 대체로 부엌과 가까운 뒤뜰이나 뒤꼍에 두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부엌에서 음식을 준비하다가 장이 필요하면 항아리가 있는 곳으로 가서 꺼내 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집에서 장독대를 부엌 뒤쪽에 놓았던 것은 아닙니다. 집터가 좁거나 뒤뜰이 충분하지 않은 경우에는 햇볕이 잘 드는 마당 한편에 장독대를 마련하기도 했습니다.
지역에 따라서 장독대를 놓는 위치와 형태에도 차이가 있었습니다. 집의 규모와 마당의 구조, 주변 지형을 함께 고려해야 했기 때문입니다.
땅보다 조금 높게 만든 이유
장독대는 돌을 쌓거나 바닥을 다져 주변보다 약간 높게 만드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비가 내린 뒤에도 항아리 주변에 물이 오래 고이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였습니다. 바닥이 늘 축축하면 항아리 주변을 청결하게 관리하기 어렵기 때문에 물이 잘 빠지는 장소가 중요했습니다.
장독대에 돌판을 깔아 바닥을 고르게 만들면 무거운 항아리를 안정적으로 놓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장독대에 크기가 다른 항아리를 놓았던 까닭
장독대에 놓인 항아리는 크기와 모양이 모두 같지 않았습니다. 무엇을 담아 보관하느냐에 따라 필요한 용량이 달랐기 때문입니다.
간장을 담는 큰 독이 있는가 하면 된장과 고추장을 담는 중간 크기의 항아리도 있었습니다. 장아찌나 다른 저장 음식을 담기 위해 작은 항아리를 사용하는 집도 있었습니다.
장독을 나란히 놓을 때는 큰 항아리를 뒤쪽에 두고 작은 항아리를 앞쪽에 배치하는 방식도 사용되었습니다.
이처럼 장독대에는 한 집에서 사용하는 여러 종류의 저장 음식이 함께 놓여 있었습니다.
– 장독과 옹기는 같은 말일까
옹기는 흙으로 빚어 구운 생활용기를 넓게 가리키는 말입니다. 물이나 곡식을 담는 데 사용하기도 하고, 장류와 김치 같은 음식을 보관하는 데에도 이용했습니다.
그중 된장이나 간장처럼 장을 담아두는 독을 장독이라고 불렀습니다.
따라서 장독은 옹기의 여러 쓰임 가운데 장을 보관하는 용도로 사용된 항아리라고 이해할 수 있습니다.
된장과 간장을 함께 만들고 보관하던 방식
전통적인 장 담그기에서는 콩을 삶아 만든 메주가 중요한 재료였습니다.
메주를 소금물에 담가 일정 기간 발효·숙성시키고, 이후 액체와 건더기를 나누어 간장과 된장을 만드는 방식이 널리 전해져 왔습니다.
이때 분리한 액체는 간장으로, 건더기는 된장으로 숙성시키는 데 사용했습니다. 지역과 집안마다 재료의 비율이나 담그는 시기, 숙성 방법에는 차이가 있었습니다.
장을 담그는 일은 하루 만에 끝나는 작업이 아니었습니다. 메주를 준비하는 시기부터 장을 담그고 숙성하는 과정까지 오랜 시간이 필요했습니다.
완성된 장은 요리에 조금씩 덜어 사용했고, 나머지는 항아리에 보관했습니다.
– 장독을 살피는 일도 집안일의 일부였습니다
장을 보관하는 동안에는 항아리의 뚜껑과 주변 상태를 살펴야 했습니다.
날씨가 맑을 때 항아리 뚜껑을 열어 햇볕을 쬐게 하거나 바람을 통하게 하는 관리 방식도 있었습니다. 반대로 비가 내리거나 먼지가 많이 날리는 날에는 외부의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도록 주의해야 했습니다.
항아리에 금이 가거나 뚜껑이 제대로 덮이지 않으면 내용물을 보관하는 데 문제가 생길 수 있으므로 독의 상태를 확인하는 일도 중요했습니다.
이러한 관리 방법은 당시의 생활환경과 장을 담그는 방식에 따라 달랐습니다.
장독대가 집안에서 중요하게 여겨졌던 이유
된장과 간장은 국이나 찌개를 끓이고 나물을 무치는 등 여러 음식을 만드는 데 사용되었습니다.
지금처럼 필요한 양념을 가게에서 쉽게 구입하기 어려웠던 시기에는 집에서 담근 장을 잘 보관하는 일이 일상적인 식생활과 직접 연결되었습니다.
장맛이 집집마다 다르다는 말도 이러한 생활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더라도 장을 담그는 방법이나 보관 환경에 따라 맛에 차이가 생길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장독대는 가족이 먹을 음식을 오랫동안 준비하고 관리하는 장소라는 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졌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는 장독대와 관련된 민간신앙이나 풍습도 전해졌습니다. 장독대를 정갈하게 관리하고 장이 잘 익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활 속에 반영된 것입니다.
오늘날에 남아 있는 장독대의 모습
오늘날에는 된장과 간장을 직접 담그기보다 완성된 제품을 구입해 사용하는 가정이 많아졌습니다. 주거 형태가 바뀌면서 여러 개의 항아리를 놓을 수 있는 마당을 갖춘 집도 예전보다 드물어졌습니다.
그렇지만 오래된 한옥이나 전통문화 공간에서는 여전히 장독대를 볼 수 있습니다. 전통 방식으로 장을 담그는 가정과 장류 생산 시설에서도 항아리를 사용하고 있습니다.
장독대에 놓인 크고 작은 항아리는 옛사람들이 음식을 어떻게 만들고 저장했는지 보여주는 생활문화의 한 부분입니다.
장독대를 살펴보면 집 안의 작은 공간에도 음식의 보관과 관리에 관한 오랜 경험이 담겨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